2012년 10월 29일 월요일

공정무역으로 할 수 있는 멋진 일들 (2012년10월)

공정무역으로 할 수 있는 멋진 일들
김진환 아름다운가게 공정무역사업처장
1.     들어가는 글

공정무역이 한국에 도입된 지도 어느덧 많은 시간이 흘렀다. 공정무역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실마리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2002년 아름다운가게의 설립이라는 사건을 만나게 된다.  2002, 아름다운가게는 설립과 동시에 대안무역팀을 만들어 아시아의 저개발국으로부터 수공예품을 수입하기 시작했고, 2004년 두레생협이 일본의 대안무역단체 ATJ로부터 필리핀의 마스코바도 당을 수입했다.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공정무역운동은 많은 변화를 거쳐 왔다. 우선 양적인 차원에서, 2002, “0”이던 것이, 비약적인 성장을 거쳐 2010년 현재 공정무역 인증 매출 및 공정무역 단체들의 매출 합계는 약 7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1] 활발하게 활동하는 공정무역 단체의 수도 늘었다. 두레생협연합회, 아름다운커피,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ICOOP 생협연합회, 페어트레이드코리아(그루), 한국 YMCA 피스커피, 기아대책 행복한 나눔, 한국공정무역연합 등 여러 단체가 활동하고 있으며, 공정무역단체 협의회도 결성되었다.

공정무역운동을 바라보는 관점에도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설립 당시 아름다운가게는 공정무역을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경제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제 3세계 지원의 새로운 모델이라고 규정했으며[2], 두레생협은 일본의 생협운동에서 비롯된 생산자 조직지원, 친환경 지향성[3]에 기반하여 운동을 바라보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공정무역이 한국에 처음 도입될 당시에는 공정무역을 소외된 이웃에 대한 나눔 차원에서 보았다면, 이제는 경제시스템의 구조적인 불공정성, 대기업의 약탈적인 관행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일 등 비판적인 행동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어나고 있다.

공정무역이 먼저 시작되고 발전되어온 서구의 공정무역운동을 바라보더라도,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나눔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공정무역운동의 여러 가지 측면 중의 한 가지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서구의 공정무역운동을 살펴보고,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공정무역 운동이 처한 현실을 바라보자. 공정무역운동은 지금까지 해 온 것보다 훨씬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 공정무역은 세상을 보다 정의롭게 만드는 일에 기여할 수 있는 그만의 분명한 역할이 있으며, 이윤 극대화와 탐욕에 기반하지 않고, 연대와 호혜의 정신에 기반한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구상해 나가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질 수 있다. 한국의 공정무역운동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는자선을 넘어, 빈곤을 양산하는 시스템의 불공정성을 고발하고, 함께 잘 사는 공존의 새로운 사회를 여는 깃발이 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먼저 공정무역운동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고, 공정무역이 1)국제개발협력으로 만들어내는 변화의 사례, 2)시스템의 불공정성을 고발하는 어드보커시 역할을 하는 사례와, 3) 새로운 사회적 경제를 구상하는 데에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지 보여주는 사례를 설명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공정무역으로 할 수 있는 멋진 일들, 어떤 것들이 있는 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2.     공정무역운동의 역사

Tallontire (2000)[4] 는 공정무역운동의 역사를 크게 나눔의 더 좋은 방법 Good Will Selling”으로 여겨지던 1940-1970년대, 사회운동으로서의 역할을 모색하던 연대의 무역 Solidarity Trade”으로서 여겨지던 1970-80년대, 그리고 서로 이익이 되는 사업으로서 정착 Mutually Beneficial Trade” 되는 1990년대 이후로 구분한다.

Tallontire가 지적한 것처럼, 초기의 공정무역의 역사는 전후의 궁핍한 시기에 어려움을 겪는 난민과 빈민들을 돕기 위한 자선사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70년대 들어, 어려움들에 정치적인 메시지가 담기기 시작한다. 이런 현상들은 공정무역단체들이 (초기에는 대안무역단체 Alternative Trading Organizations로 불림) 가장 어려운 사람들을 찾다 보니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많은 경우, 부당한 피해를 입고 있는 나라들과 의식적으로 연대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두 번째 형태의 공정무역운동의 주축이 되었다.

1964 UNCTAD Conference에서 원조보다는 무역에서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시정하는 것이-“Trade, Not Aid”-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위해 더 좋은 방법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이를 계기로 개발도상국에 불리하게 짜여 있는 국제 무역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5]

이를 계기로 70년대에 유럽에 조용하게 번지기 시작한 것인 “World Shop” (또는 Third World Shop) 운동이다. 1971, 벨기에에서 옥스팜 베렐드빙켈스 OXFAM WERELDWINKELS가 설립된다. Wereldwinkels란 네덜란드어로 “World Shops”이라는 뜻이다. 옥스팜 베렐드빙켈스와 같은 조직이 벨기에의 프랑스어권 지역에서 설립되었는데, 이 단체의 이름 역시 프랑스어로 “Oxfam World Shops”의 의미를 갖는 “OXFAM MAGASINS-DU MONDE”이다.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었던 옥스팜 베렐드빙켈스와 옥스팜 마가쟁 두몽은 공정무역 사업을 하는 사업체로서 무역정의 문제에 집중한 비영리 단체인 Oxfam Solidarite와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개발도상국에 불리한 구조로 되어있는 무역 시스템을 바꾸자는 운동을 전개해 나갔다. 옥스팜 베렐드빙켈스는 공정무역 제품 판매는 물론 공정무역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공정무역이모든 사람에게 인간답게 살 권리를보장하기 위한 운동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6] 유럽의 공정무역단체들은 이처럼 시민들에 의해 조직된 무역정의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미국에서 이와 같은 유형으로 공정무역 운동에 접근한 대표적인 사례가 니카라과 커피를 창업아이템으로 삼은 Equal Exchange 의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산디니스타 Sandinistas 가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집권한 니카라과를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 레이건 정권이 니카라과에 대한 금수조치를 내리자, Equal Exchange는 니카라과 농민들과 연대하기 위해 니카라과 산 커피를 네덜란드로 운송했다가 미국으로 사들여 오는 방식으로 무역사업을 시작한다. [7]

이 시점까지 공정무역을 일컫는 말은 대안무역 Alternative Trade” 였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 시작된 이른바 커피위기가 전 세계 커피 농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자, 대안무역을 이끌고 있던 활동가들 중 일부는 자원봉사와 기부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구조적인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보고, 보다 전문적인 회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이에 보다 전문적인 공정무역 회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 중 대표적인 회사가 Cafédirect이다. 국제커피협정 International Coffee Agreement 의 붕괴 후 발생한 커피 시장의 장기 공황 속에서, 커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의 경제가 붕괴하고 농민들이 아사 위기에 처하는 상황을 목격하면서, 옥스팜을 비롯한 국제개발 단체들은 커피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시정해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8] 규모가 작은 자원봉사자/시민단체 중심의 공정무역 단체들이 취급할 수 있는 정도의 물량으로서는 커피위기를 맞고 있는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절감하고, 보다 커피사업에 전문성을 가진 인물들로 커피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이 것이 영국의 Oxfam Trading, Equal Exchange, Traidcraft, Twin Trading이 각자 자산을 내놓고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설립한 CaféDirect 이다. [9]

공정무역 활동가들은 커피위기를 계기로 농산물시장의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커피를 비롯한 농민들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가를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시장의 변동성을 감당할 수 없는 농민들에게 세계화된 상품시장의 급변동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는, 배추파동이나 쌀 시장 개방이 농민들에게 어떤 어려움을 미치는가의 문제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90년대 이후 공정무역의 또 다른 특성은 공정무역 인증제도의 도입과 메인스트림 진입이다.

1987, 멕시코 이스트모 (Istmus) 지역에서 활동하던 노동사제인 Fr. Frans Van Der Hoff는 지역 농민들을 협동조합으로 규합함과 동시에 네덜란드의 Solidaridad 와 협력하여 공정무역 인증제도를 제안한다. Max Havelaar Initiative는 각 나라의 인증제도의 모델이 되어, 1997년에는 각 나라에서 각자 형성된 공정무역 인증기구들의 연합체인 Fairtrade International 이 설립된다.

공정무역 운동에 인증이라는 제도가 생긴 후 생겨난 새로운 현상은 대기업들에게 공정무역 인증기준에 따라 심사를 받고 인증을 받으라는 캠페인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Global Exchange  Roast Starbucks Campaign[10]이다. 이 캠페인의 특이한 점은 기존의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과는 달리, “이렇게 행동한다면 공정무역으로 인정하겠다라는 메시지를 던진다는 점에서, 무작정 당신들은 나쁘다라는 불매운동보다는 기업입장에서는 보다 현실적이었다는 특성이 있었고, 작은 변화나마 이끌어 낼 수 있었다는 실용적인 이점이 있었다.

그러나, 인증제도의 도입은 활동가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을 야기했다. 공정무역운동을 초기부터 이끌었던 활동가들은 순수공정무역단체들이 하는 공정무역활동과 대기업들이 최소한의 공정무역기준만을 지키는 활동이 혼동되는 것에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인증제도의 도입, 그리고 그를 통한 대기업들의 공정무역 참여가 많은 농민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갔음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공정무역의 순수성을 지키려는 노력과 공정무역의 확산을 통한 혜택의 확대를 중시하는 관점은 2011년에도 크게 부딪쳤다. 공정무역인증이 대기업들에게도 마케팅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자, 사업적인 차원에서 공정무역인증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공정무역 기준을 완화 시켜서 보다 손쉽게 공정무역 인증을 취득할 수 있게 하려는 시도를 한다. Fair Trade USA는 기존에 공정무역단체가 영세농들로 구성된 협동조합으로부터 구매한 커피만을 공정무역으로 인정하던 것을 대지주가 소유한 플랜테이션에서 생산된 커피를 위한 공정무역 인증기준을 만들었고, 이것이 Fair Trade USA 가 주장하는 “Fair Trade for All”[11] 선언의 핵심내용이다. 이 결정으로 인해 Fair Trade USA 는 전 세계 공정무역 인증기구들의 네트워크 조직인 Fairtrade International과 결별하게 된다.









3.     공정무역으로 할 수 있는 멋진 일들
그림1) 공정무역단체의 세 가지 사명






공정무역이 발전해 온 역사를 다시 한 번 요약해 보자면, 공정무역운동의 초기에는 활동가들의 관심사가 초기에는 나눔으로서의 빈곤퇴지 사업에 집중되었다가, 70년대를 지나면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불공정한 관계와 구조적인 불공정함을 시정하지 않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자선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식이 싹트기 시작하여, 사회변혁운동으로서의 성격을 띠기 시작한다. 90년대 들어 공정무역은 한편으로는 대기업들에게 인증기준을 지키도록 요구하는 운동과 함께 공정무역단체들 입장에서는 사업적인 전문성과 운동의 순수성 사이의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들이 모색되기 시작한다. 이번 장에서는 공정무역운동 안에서 1) 국제개발협력의 사례, 2) 어드보커시의 사례, 3) 대안적인 기업으로서의 사례를, 초콜릿산업에서의 공정무역 운동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1)        국제개발협력사업으로서의 공정무역: 쿠아파 코쿠의 사례[12]

쿠아파 코쿠는 1992, 가나가 World Bank IMF가 강요한 구조조정과 민영화 계획의 일환으로 국영 카카오 수매기관인 Cocobod의 독점권을 폐지할 무렵, 어려움에 처한 농민들을 돕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비록 국영 Cocobod가 낮은 가격이나 부정부패 등의 문제로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막상 Cocobod의 독점권을 폐지하고 민간기업과 다국적 기업들에게 수매와 수출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시장 자유화를 시작하자, 농민들의 처지는 시장자유화 이전보다 더 악화되게 되었다. 구조조정으로 만들어진 자유시장에 농민들의 자리는 없었다. 오히려, 영세 농민들은 비효율적이고 후진적인 존재들로,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할 대상으로 간주되었다.

1993, 공정무역단체인 트윈은 가나의 농민들에게 다음과 같은 제안을 들고 가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i.    농민들이 소유하는 회사법인을 만들어 카카오를 공동 판매 할 수 있도록 하자.
                   ii.    회사의 이익은 당연히 농민들에게 귀속된다.
                  iii.    카카오 판매로 발생한 수익을 이용, 발전기금을 적립하여 공동체를 위한 프로그램을 수행한다

이 프로젝트는 SNV, TWIN 등의 공동 노력에 힘입어 민주적인 구조를 갖춘 협동조합으로 발전했고, 시장 자유화 이후 카카오 수매와 수출 라이선스를 취득한 단체 중 유일하게 농민이 주인인 단체이다. 조합원 200명으로 시작한 쿠아파 코쿠는 오늘날 5만명의 조합원을 가진 거대 조직이 되었으며, 이웃 시에라리온에 협동조합 모델을 전파하기 위한 지원사업을 직접 운영할 정도로 모범적이고 영향력 있는 협동조합의 모델이 되었다.

2)        어드보커시로서의 공정무역: 아동노동 근절을 위한 “Raise the Bar, Hershey!” 켐페인[13]
쿠아파 코쿠 사례는 카카오 재배 국가에서는 매우 드물게 좋은 사례로 꼽힌다. 아프리카의 카카오 산업에서 이렇게 좋은 사례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2004, 미국 국무부는 코트디부아르를 비롯한 카카오 생산국가들에서 약 11만명의 아동들이 가장 열악한 형태의 아동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1만명 정도는 인신매매의 피해자로서 노예상태에서 강제노동을 하고 있음을 보고했다. 이런 문제는 일찍부터 그 심각성이 지적되어 왔으나, 아동노동 문제 개선을 위한 노력을 명시한 2001년 주요 초콜릿 회사들이 하킨-엥겔 의정서에 서명한지 10년이 지난 후에도 초콜릿 회사들의 미온적인 자세 때문에 코트디부아르를 비롯한 주요 카카오 생산국들에 만연한 아동 인신매매, 아동노동의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2010년 시작된 “Raise the Bar, Hershey!”은 공정무역 운동단체들과 시민운동단체들이 함께 참여한 캠페인이다. Green America, Global Exchange, International Labour Rights Forum이 공동발의단체로 캠페인을 주도하였으며, 이 세 단체 외에도 많은 공정무역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참석했다. 이 캠페인은 5만명이 넘는 소비자가 참여하여, 페이스북, 트위터, 이메일, 편지, 초콜릿 아동노동에 대한 다큐멘터리 상영회 등 다양한 형태의 캠페인으로 마지막까지 초콜릿 아동노동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허쉬에 대한 압력을 가하여, 마침내 201210 3, 허쉬사는 보도자료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하여 2020년까지 자사 제품에 사용되는 코코아 원료 100% 3자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을 이끌어 내기에 이른다. [14]

3)        대안적인 기업모델로서의 공정무역의 사례들

공정무역단체들은 그 설립목적이 빈곤문제에 대응하는 대안적인 경제시스템의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었던 만큼, 단체의 지배구조나 운영방식에 있어서도 대안적인 기업의 형태를 보여줌으로 인해 새로운 사회적 경제를 열어나가는 데 기여하고 있다. 공정무역단체들은 단체들이 가지고 있는 운동적 성격 때문에, 기존의 제도적 질서에 도전하는 새로운 시도를 지속해 왔다. 공정무역단체들이 개발도상국의 농민들을 위한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 낸다는 본래의 목적을 잘 실천하기 위해서 택하고 있는 지배구조의 형태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부류로 공정무역단체들이 돕는 농민들이 기업의 지배구조에 참여하는 경우가 있다.
쿠아파 코쿠 농민 협동조합은 오늘날 디바인 초콜릿 회사의 주식 45%를 소유하는 대주주이며, 농민들의 대표가 이사회에서 농민들의 이익을 대변한다.[15] 또 다른 공정무역 단체인 아그로 페어의 주식은 30%가 농민 지분이다.[16] 트윈은 농민 지분이 64%이다.[17] 공정무역 인증 기준을 결정하는 Fairtrade International 또한 중요 의사결정을 내릴 때 생산자 대표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다.

두 번째 부류로 공정무역 단체 자신이 협동조합이 되어 생산자 협동조합과 협동조합 간의 연대를 실천하는 부류이다. 미국의 Equal Exchange는 직원주주 협동조합이며, 이탈리아의 CTM Altromercato는 자원봉사자들이 만든 월드샵이 법인조합원으로 협동조합을 만든 사례이다. Oxfam Fair Trade (OFT) 역시 Oxfam Wereldwinkels(OWW)가 무역 기능을 독립시켜서 만든 협동조합 회사이다. Oxfam 월드숍들의 네트워크 조직이었던 Oxfam Wereldwinkels는 무역, 상품개발, 그리고 슈퍼마켓 등 전문적 비즈니스 조직과의 거래를 전담할 영리기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으나, 그 영리기업이 여전히 사회적인 의미를 가지고 OWW의 정신을 유지하는 파트너가 되기를 원했다.
대부분의 공정무역 단체들은 자원봉사자들의 그룹이거나, 비영리 재단 등 전문적인 비즈니스 역량을 기대하기 힘든 구조에서 출발했으며, 이런 역량이 절실히 필요한 갈림길에 설 때 어떤 공정무역 단체들은 전문적인 비즈니스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주식회사 등 통상적인 영리회사의 형태를 취하기도 한 반면, 다른 단체들은 영리기업이기는 하되 보다 공정무역의 정신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형태로 협동조합을 택하였다.

Equal Exchange, CTM Altromercato, Oxfam Fair Trade 등 협동조합들은, “구성원들 내부의 자조와 연대를 위한 일반적인 협동조합의 설립목적을 넘어서서, 개발도상국에 있는 농민들을 위해 현지의 변화를 위한 국제개발 사업과 구조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어드보커시 활동이라는 두 가지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는 공정무역 사업이 협동조합의 모델로 가능함을 입증해 왔다.

사회적 기업이나 사회적 경제는 최근에 대두되기 시작한 용어이지만, 공정무역의 사업방식은 추구하는 가치, 사업에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방식 등의 요소 등을 감안할 때, 그 용어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존재했던 사회적 경제의 한 모델로서, 사회적 경제의 발전 방향에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4.    공정무역은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공정무역의 역사와 공정무역운동의 여러 가지 측면을 살펴 보면서, 공정무역이 단순히 3세계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경제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뛰어넘어 지속 가능한 국제개발협력의 모델로서, 특히 전 세계 농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대응으로서, 이윤추구와 탐욕이 아닌 연대와 호혜를 동력으로 하는 사회적 경제의 한 구성요소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하였다.

한국에서 이런 공정무역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첫째, 우선 한국의 공정무역 단체들은 지지자와 소비자들에게 생산자 프로그램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현재 공정무역 단체들은 대부분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전문적인 경력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어서 순수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현지에서의 시행착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각 공정무역 단체들이 생산지 발전에 대한 전문성을 육성하는 데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어야 하며, 각 단체들을 지지하는 시민들과 단체들은, 가장 기본적인 사명인 생산자 공동체를 위한 변화를 만들어 내는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격려와 함께 감시와 비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공정무역 단체들은 서로간의 생산지 발전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여 시행착오를 최소화 하고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함께 공정무역을 하는 공정무역 단체들뿐 아니라, 공정무역의 취지에 공감할 수 있는 단체들과 공동의 목표를 찾아 연대활동의 시너지를 최대화 해야 한다.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뿐 아니라 개발협력, 경제정의, 무역정의, 인권, 여성, 환경, 종교적인 신앙/가르침의 실천, 다양한 가치를 가진 단체들이 각자의 지향이 공정무역과 만나는 점에 관심을 갖도록 공정무역 캠페인의 방향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셋째, 선의에만 의존하는 사업이 아니라, 제품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 공정무역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선택하더라도 품질에 만족할 수 있도록 품질관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공정무역이 성장하는 초기 단계에는 자원봉사와 기부, 후원, 보조금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공정무역 모델이 보다 넓은 범위로 확대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모델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공정무역단체의 상근활동가들은 판매, 구매, 홍보 등 각 영역에서 전문성을 신장할 수 있도록 교육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하며, 또한 경영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1) 공정무역 연표[18]
1946 메노파 기독교의 긴급구호 단체인 MCC (Menonite Central Committee) 에서 자원활동가로 활동하던 Edna Ruth Byler Puerto Rico에서 저소득층 여성들이 만든 재봉 공예품을 수입하기 시작. 후에 유럽 이재민들이 만든 공예품으로 확장. 북미의 첫 공정무역 기구인 텐 사우전드 빌리지(Ten Thousand Villages)의 기초가 됨

1949 Church of Brethren 교회에서 북미의 두 번째 공정무역 기구인 SERRV(Sales Exchange for Refugee Rehabilitation and Vocation) 설립, 2차 대전으로 피해를 받은 난민들로부터 나무시계를 수입

1960년대 영국 옥스팜 가게에서 중국 난민들이 만든 수공예품을 시작으로 공정무역 형태의 사업이 시작됨 1968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Trade not Aid(원조가 아닌 무역)”이 필요하다는 주장 제기. 공정무역이 저개발 국가의 발전정책의 일환으로 조명을 받기 시작함

1969 네덜란드에서 옥스팜과 다른 유럽 인도주의 활동단체들이 공동으로 수공예품을 파는 첫 월드샵(World Shop)을 염. 무역 개혁의 필요성을 알리는 인식개선 활동 및 캠페인 활동을 수행

1972 텐 사우전드 빌리지가 북미 첫 공정무역 소매점을 염

1973 네덜란드의 “Fair Trade Original”이 최초의 공정무역 커피 수입 (과테말라의 협동조합)

1986 이퀄 익스체인지(Equal Exchange)가 북미의 첫 번째 공정무역 사원조합회사 설립. 니카라과로부터 고품질의 커피와 가정용품을 수입함으로써 레이건 정부의 소모사 독재정권 지원, 독재정권 전복 후 산디니스타 정권 탄압에 대한 반대 등, 정치적 견해를 분명히 함

1987 EFTA (European Fair Trade Association, 유럽공정무역연합)결성

1988 멕시코에서 빈민사목을 하던 네덜란드 출신 카톨릭 성직자 프란스 판 데어 호프와 네덜란드의 비영리 단체 “Solidaridad” (연대) 의 간사인 니코 로젠이 주축이 되어 최초의 공정무역 인증 시스템 막스 하벨라르(Max Havelaar Initiative) 설립. 막스 하벨라르 및 및 뒤를 이은 각국의 공정무역 인증 시스템은 개별 제품의 유통구조를 추적하여 인증하는 제품별 인증 시스템이었음

1989 IFAT (International Federation of Alternative Organizations, 국제대안무역연합, WFTO)이 첫 번째 전세계적 공정무역 네트워크로써 공정무역 선구단체들에 의해 설립됨.

1994 공정무역연맹(Fair Trade Federation) 설립: 북미 공정무역 단체들의 첫 네트워크

1997 FairTrade Labeling Organization(FLO, 페어트레이드인증기구) 설립
북미에서는 1998 TransFair USA설립 

2004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그리고 아프리카의 국가 및 지역 단위의 공정무역 생산자 협회들이 결성됨.
COFTA (Cooperatives for Fair Trade Africa), NAP (Network of Asian Producers),

2007 전세계 판매액 25억 달러 달성.

2012 Fair Trade USA, Fairtrade International과 결별 (커피, 카카오에서 협동조합이 아닌 플랜테이션 생산품을 인정할 것인가가 핵심 쟁점)





[1] ICOOP (2011), “ICOOP 생협 공정무역 5년의 성과와 과제”, ICOOP 협동조합연구소 22회 포럼 자료집
[2] 아름다운가게 내부 보고서
[3] 이정옥(2011), 사회과학논총 10, 대구가톨릭대학교
[4] Tallontire, Ann (2000) Partnerships in Fair Trade: reflisctions from a case study of Cafedirect
[6] http://www.oxfamwereldwinkels.be/pageview.aspx?pv_mid=8356
[7] Bowes, John (2011) Fairtrade revolution
[8] Oxfam (2002) Mugged: Poverty in Your Coffee Cup
[9] Weinmann, Wolfgang (2010) 아름다운가게 국제공정무역 회의 발표
[11] http://fairtradeforall.com/vision/innovate-the-model/
[12] 쿠아파 코쿠의 사례는 주로 http://www.divinechocolate.com 에 있는 내용을 정리하였다.
[13] Raise the Bar, Hershey! 캠페인 사례는 주로 www.raisethebarhershey.org 에 있는 내용을 정리하였다.
[16] Bowes (2011)
[17] Huybrechts (2012) Fair Trade Social Organizations and Social Enterprise
[18] FTRN (2010), New Conscious Consumer http://www.fairtraderesource.org/learn-up/buy-ftrn-publications/ accessed on 2010/10/1 (번역: 아름다운가게)

댓글 없음:

댓글 쓰기